협회활동
‘모두의 경영’은 이 달에 출시된 스마트폰용 게임으로 게이머가 경영자가 되어 자신의 기업을 꾸려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게임 내 도우미로 등장하는 여성비서가 성적 상품화 대상으로 그려져 전문 직종인 비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이민경 한국비서협회 회장은 “여성비서 캐릭터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26만명 종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고치지 않으면 강력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를 서한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임을 실행시키면 시작과 동시에 여성 3명과 남성 1명 등 총 4명의 비서 가운데 한명을 고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여성비서는 고르는 과정에서부터 업무능력은 배제되어 있고 가슴, 허리, 엉덩이 사이즈와 같은 신체 특징이 주요 요소로 등장한다. 이후 음성 콘텐츠로 나오는 비서의 대화 내용도 “회장님, 혹시 화끈한 것을 좋아 하시나요? 맡겨만 주세요”, “회장님, 저랑 함께 하시면 즐거우실거예요” 등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펀컴퍼니리미티드가 개발한 이 게임은 이달 출시 뒤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가장 많은 이용자가 찾는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지난주(8월17일~23일) 무료 앱 게임 분야 1위를 기록했고, 이주에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사용자 평가도 6만건에 육박하며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두번째로 큰 앱 장터인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1만3천건이 넘는 평가를 기록중이다.
이와 더불어 게임이 반노동적이거나 왜곡된 경제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직원 채용과 관련해선 “능력없는 직원은 단칼에 해고!”라고 요령을 선전하고, 수익 달성과 관련해선 “투자 수익률은 역시 주식! 무역은 덤~”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직능단체에서 게임에 대해 항의 서한을 발송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번 일은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콘텐츠가 사회적으로 지니는 의미가 점차 커지는 상황을 반영하는 점으로서도 주목된다. 어린이·청소년용 디지털 콘텐츠 평가 누리집인 ‘공부하는 가족’을 운영하는 최호찬 대표는 “지금까지는 게임이 주류 대중문화에서 소외된 서브컬처(하위문화)로 인식되었는데 모바일 게임의 등장과 함께 엄연한 주류 문화로 편입되면서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펀컴퍼니리미티드의 입장을 듣고자 사무실 연락처와 전자우편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